안녕하세요! 문은주 애니메이터님

작성일 19-05-07 13:06 | 2,020 | 1

본문

안녕하세요 최근에 애니메이션 작업영상을 보고 우연히 문은주님 홈페이지까지 와서 이렇게 글을 남겨봅니다. 정신이 없어서 글이 엉망이겠지만,
저의 고민을 들어주세요. 일단 전 빠른년생이면서 재수생입니다. 목표는 청강대 애니메이션스쿨입니다 (참고로 공부 지인짜 못합니다 7 등급..)
(학교다니는 나이는 00 실제 태어난 년도는 01) 저는 작년에 입시를 보통 잘 안가는(?) 포폴전형으로 갔습니다. 1차 2차 청강대 애니메이션스쿨을 넣었고.. 다 떨어졌습니다ㅠ 계원예대는 2차만 있지만 모든 지원 학생들을 면접을 할 기회가 있어서 지원했지만 당연히...음 제가 제 그림에 자신감이 없고 너무 말 다듬어서 떨어진거 같습니다ㅠ 그리고 올해 1월달 말에 계원예대 또 면접을 보고 딱 3주정도 배운 소묘를 실기 치러봤습니다..당연히 떨어져서
다시 큰 맘 먹고 청강대 계원예대 등 지잡대여도 갈 정도 대학에 갈 생각으로 포폴을 그리고 있습니다. 근데 여기서 문제에요... 저는 제 그림에 자신감이 없습니다. 아무리 잘그려도, 다른 분들 심지어 제 친한 친구들에게도 잘 안보여주기도 하고 부모님에게도 잘 안보여드립니다. 절 도와주시는 선생님들에겐 컨펌으로 어쩔수 없이 보여드리지만 너무 부끄럽습니다.. 이걸 면접때 교수님분들이 어떤 작품이냐? 계획 의도는? 이런 작품을 설명할 자신감이...없어요...제가 생각해낸 가장 큰 이유라면 제 자신에게 못믿는다는거나,..그림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 정도,,? 저는 마감일자도 잘 못지키고 사는데다 그림그리는 사람들이라면 필요한 크로키도 대충하는 학생입니다.. 제 문제점을 몇개 말하자면
1. 그림에 대한 의욕이 떨어졌습니다 자신감이 없습니다.
2. 마감일자를 잘 못지키겠습니다.
3. 2같은 경우가 계속 발생해서 이젠 제 자신을 못믿겠어요 등 정도로요
의욕은..왜 떨어졌는지 알거같더라고요. 저는 애니 배우고 싶은 계기가 어릴때부터 미국애니를 자주 봐서, 그림이 다른 또래들에 비해 제 그림이 좀 더 단순하고 제 기준 개성이 있었는데, 원장님분들이 그 그림들을 보고 넌 너무 못그린다 기본기가 없다 눈을 너무 날카롭게 그린다 또래들에 비해 가망성이 없다 등 학원을 옮길때마다 그 소리를 달고 살았습니다.. 실질적인 기본기는 부족하다는건 저도 인정은 했습니다. 하지만 그림체를 트집을 잡고 이렇게 그리지 말라고 지적을 많이 받았습니다. 많이 울었던거 같아요. 지금 제 그림체는 계속 왔다갔다 합니다.
그리고 포폴하고 떨어지고 나서 보통들 포폴전형 후기를 남겨놔서 구경을 했더니 절반은 애니메이션 기본기가 충실한 예고다니는 학생들이 붙었더라고요. 저는 그걸 보곤 같은 나이인데 저 친구가 배울동안 난 뭐했을까..라는 생각밖에 안들더라고요.
그것때문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 저는 포폴을 그릴때마다 자책감이 너무 많이 듭니다..그리고 그림의 퀄리티도 얼마나 높게 잡고 그려야하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어렵습니다...저는 애니메이팅이 재미있고 배우고싶어서 지원하게됬는데, 작품을 만들 재주가 아직 있지 않나보네요..
2같은 경우는 제가 게을러서.. 오죽하면 마감일자를 다 세웠는데도 제가 손이 느리기도 하고 어떻게 그려야하는지 잘 몰라 계속 헤매는거 같아요.
그걸 단축하고 싶어서 꼬박 밤새지만 오히려 진도가 더 안나가고 몸도 쇠약해졌어요. ㅠㅠ
3..1과 2를 반복하다보니 저는 제가 이걸 해낼수있을까라는 자신감이 없습니다.. 저보다 더 잘나고 우수한 학생들이 더 많은데 제가 그걸 내미치고 성장하기엔 너무 의욕이 없어요..어릴땐 순수한 맘으로 애니를 좋아했는데 지금은 만들고싶어도 굳이 창작을 해야하나 싶을 정도의 생각이 저번부터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을 보여드리고싶은데 포폴그림을 올리다간 다른 사람들이 이 글을 보고 베낄까봐 못올리고 다른 그림들은 도움이 안돼서 컨펌이 불가능하네요..맘같으면 문은주님 직접 만나서 그림 포함 상담도 받고싶은데 거기까진 너무 제가 크게 바라는거같아 요정도 제 문제점만 쓰게되었습니다..저는 어떻게하면 좋을까요..?글이 좀 이상한건 죄송합니다..ㅠㅠ
(만약 보고싶으시면 트위터 아이디 @72draw0116pk로 보시면 됩니다..)


Comments 1

안녕하세요 빠른년생님.
저는 입시에 관한 도움을 드릴 수 없습니다. 입시 전문가는 학원 선생님들입니다.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만 입시에 유리한 그림체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학원 선생님 입장에서는 학생들을 최대한 많이 대학에 보내기 위해 그림체도 관여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에 따라서 일단 받아들이고 붙은 다음 내 그림 그리자 할 수도 있고
어떤 그림체든 잘 그리기만 하면 되는 거라며 실력으로 승부하려고 할 수도 있겠죠.

입시를 빼놓고, 사회에 나와 창작하는 입장에서 빠른년생님의 글을 읽고 드는 생각은
구체적으로 하고 싶으신 게 뭔지 모호하다는 겁니다.

애니메이팅이 재미있고 배우고 싶어서 대학을 지원했지만 지금은 굳이 창작을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고 하셨지요.
애니메이팅은 창작이 아니라도 할 수 있어요. 창작을 하고 싶으신 건가요, 뛰어난 작화를 그리고 싶으신 건가요?
왜 꼭 그림을 업으로 삼아야만 하나요? 애니메이션을 즐기고 싶은 거라면 취미로 그리는 게 더 즐겁지 않을까요?
취미로 즐기면 굳이 보여주기 싫은 그림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더 편하지 않을까요?

빠른년생님의 트윗 중 이런 문구를 보았어요.
'목표라면 모르는 사람이 내 그림보면 이쁘다 멋있다라는 말이 많이 나올때까지 다양하게 그리는거고 남에게 그림 잘 보여주는거'
'사람들이 원하는 그림체가 뭐지'
빠른년생님이 생각하는 이쁘다 멋있다는 어떤 건가요?

그림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타겟팅이 명확해야 합니다.
일례로 유아용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분들의 첫 번째 관객은 자식입니다.
자식이 재밌게 봐준 창작품만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주의입니다.
빠른년생님 그림의 첫 번째 관객은 빠른년생님 자신입니다.
때문에 자기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면 만족스러운 그림을 그릴 수 없습니다.

그림체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한 가지만을 고집하지 않는 건 좋은 자세입니다.
하지만 바뀌는 그림체 안에서도 변하지 않는 기준이 있어야 비로소 개성이 됩니다. 그 기준이 바로 자신의 취향, 지향점입니다.
명확한 기준도 없이 한 가지 스타일을 고집하면 단순 똥고집이 되고, 기준 없이 여러 가지를 시도하면 우유부단해보일 뿐입니다.
저도 이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튜브의 '캐릭터 그림 취향'편에서 한 번 정리했었습니다.

그림으로 이루고자 하는 게 뭔지, 입시를 떠나서 정말 그리고 싶은 게 뭔지 찾고 나면 빠른년생님의 고민도 조금은 덜어질 듯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찾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노력을 들여야한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요.
고생 없이 얻을 수 있는 성취는 없으니까요.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어려움이 생기면 찾아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