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에 대해서

작성일 19-06-02 21:27 | 1,900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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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은주님! 영상 올리신것 보고 조잘조잘 해드리고 싶은 얘기도 있어서 금방 돌아왔어요

저는 오늘 하루종일 소설을 썼답니다!
시쓰고 소설쓰는게 전공인지라 기말고사 대체과제로 단편소설을 써서 내야 하거든요
빈둥빈둥 놀다가 이제서야 겨우 마감중입니다...^ㅠ^
그래도 소설 쓰는거 재밌어요 창작의 고통은 무시 못하지만요.
글을 쓰다가 아니면 책을 읽다가 문득 생각이 들곤 하는데 문학같이 재능을 필요로하는 분야들은 가끔 좀 잔혹한거 같아요. 순수하게 얼마나 좋아하는지와는 상관없이 내가 그 분야를 전공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위치에 있을까 생각해보면 좀 눈앞이 깜깜해져요. 재능이라는 것도 결국 보통의 기준보다 잘하니까, 즉 남과 비교해서 알 수 있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좋아하는 소설을 읽을 때, 내가 이렇게 수준높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생각해보곤 한답니다. 이런 기분 은주님도 느껴보셨나요. 세상에는 그런 재능의 결정체를 보면 더 자극을 받은 유형이 있고 좌절하는 유형이 있다는데..저는 조금 기가 죽는 유형인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가진 가능성에 대해서 의심을 하곤하죠
정말 할 수 있을까..? 사실 나는 충분한 재능이 없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보면 쉽게 사념의 구렁텅이로 빠진답니다

 

 

 

하!!!!!

 

 

지!!!!!

 

 

만!!!!!

 

 

저는 이런 마음을 열혈소년만화로 달랜답니다!!!!!!!
하이큐나 나히아나 원펀맨이나....ㅠㅠㅠㅠ그런 걸 보면 가슴이 벅차올라요

배구를 너무너무 좋아해서 연습하는 모습과 히어로가 되려는 데쿠의 마음가짐과 어제의 '나'를 이기라는 사이타마의 명언이....저를 움직이게 합니다...

어느 블로그에선가 원펀맨 라디오에서 어제의 사이타마는 오늘의 사이타마에게 원펀치로 진다고 했다 하더라구요 그래서 사이타마는 완성형이 아닌 성장형 히어로라고...이 글을 읽고 정말 소름이 돋았어요

그리고 만화의 컷과 컷 사이를 '홈통'이라고 하더군요. 소설을 읽다가 배웠어요. 그래서 그려지지 않은 그 사이의 시간들에서 데쿠가 공부하면서 투명의자를 하고 사이타마가 런닝 10km와 근력트레이닝을 하고 괴짜콤비가 리시브를 천번씩 연습했다고 생각하니 저도 이대로만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의 나는 적어도 어제의 나한테는 이기자,
0그리고 죽을만큼 노력했다고 스스로한테 단언할 수 있을때까지는 재능이 부족해서 안된다는 말은 입밖으로 꺼내지 말자, 라고요

'정점'을 향한 데쿠의 열망과 '진다면 이번이 마지막'같은 마음가짐으로 매번 코트에 올라서는 배구부의 간절함만 있다면 못할 것도 없겠지요

만화 안보는 분들은 오글거린다고도 하지만 저는 그 등장인물들의 결심이 너무 멋진걸요...배울 점이 정말 많아요 멋진 일입니다
저도 만화처럼 살아보기로 다짐했습니다!
사실 은주님의 이번 영상에서도 비슷한 기분을 느꼈답니다
저는 사실
"나는 내 기준에 맞지 않으면 만들지 않지!우하하!"
같은 기분을 느낄 때 좀 행복하거든요
스스로에게 엄격한 것! 그리고 자신의 작품에 있어서는 이런저런(?) 권력을 행사하며 마음대로 까다롭게 굴 수 있다는 것!
대단한 아티스트 같지 않나요!?
이번 은주님 영상에서도 비슷한 결단력을 느꼈어요 저같이 건방진 뉘앙스는 아니었지만요 호호
그래서 은주님 영상을 보고 아!!이런 마음 뭔지 알지 싶었답니다
그리고 은주님의 새로운 애니메이션!! 정말정말 기대하고 있어요. 디자인한 캐릭터들을 보면 그 뒷이야기가 어떤지 진짜 궁금해지거든요
지금 작업하고 계신 애니메이션들도 다른 씬들과 연결되어 하나의 작품이 되는 날을 고대하고 있답니다
그때까지 계획을 잡아놓으신 것도! 정말 멋지구나 싶어서 전공은 다르지만 같은 창작자의 입장으로 자극을 많이 받았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더더더더더더더더더더더더 많이많이 그려주세요

흐흐 은주님은 좋아하는 만화가 있으신가요?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제 인생만화 '어네스트와 셀레스틴'도 살포시 추천드리고 갑니다...♡ 아동용 그림책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지만 아, 이것 참 어린이들과 같이 영화관에 온 어른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구나,싶었던게 마치 어린왕자같은 작품이었답니다!
애니메이션적인 연출도 뛰어나서 애니메이션의 이응도 모르는 제가 감히 말씀드리자면 은주님 공부하시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공부 그런거 다 빼고 말해도 좋은 작품이에요 추천합니다!

은주님 저는 아직 확신은 없지만 글을 쓰는 걸 좋아해요. 저는 말을 무서워해서..생각하는 걸 글로밖에 표현을 못하거든요. 그래서 저의 바람이 이루어진다면 언젠가는 소설가가 될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멋진 소설가가 되어서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신 은주님과 만났으면 좋겠네요! 그날까지 죽도록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Comments 1

안녕하세요 김현식님. 또 찾아와주셨네요.

글 전공이셨군요~ 이야기를 만드는 건 재밌죠. 이렇게 흘러가면 어떨까, 저렇게 흘러가면 어떨까 상상하는 것도 재밌고요. 때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 캐릭터라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 싶어 이야기가 술술 흘러가기도, 원하던 방향과 달라 얘를 어떻게 설득할까 궁리하기도 하는 게 재밌어요.

저는 흥행한 캐릭터물 콘텐츠를 보면 내 캐릭터가 저 정도로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캐릭터 인기는 순전히 운의 영역이고, 제가 디자인한 캐릭터들은 상품화되기 힘든 디자인들이라 이젠 에이 모르겠다 합니다x x); 그렇다고 제가 헬로키티나 미키마우스처럼 상품에 특화된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아닌 거 같아요. 정서가 그쪽에 있지 않으니….

일본, 미국의 애니메이션 화면 퀄리티는 부럽지만 제 개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보니 좌절을 넘어서서 다른 세계 존재처럼 느껴집니다^ ^); 아무래도 개인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소설과 달리 애니메이션은 협업 장르라서 그런 거 같아요.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니고요. 단지 좌절감정이 아닐 뿐, 바로 얼마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날씨의 아이' 트레일러를 보고도 ㅎㅎ..ㅎㅎㅎ..ㅎ.. 했답니다.

한때는 아주 잘 그린 일러스트나 만화 그림을 보고 '아니 일케 잘 그리는 사람이 많은데 내가 왜 그려야 하나?'하고 의욕을 잃기도 했는데요. 애니메이션을 하기로 확정하고, 제 애니메이팅 스타일이 생기면서부터 그냥 넘어가게 되더라고요. 훗날 애니메이션 연출 스타일도 생긴다면 더욱 단단해질 거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내 기준에 맞지 않으면 안 만들 거야'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저 사람 작품은 내 기준하고 다르니까 내가 기죽을 필요 없어'하게 되기 때문인 거 같아요. 그래서 목표가 명확한 게 참 중요한 거 같아요. 하고 싶지만 필요 없는 것, 하기 싫지만 해야하는 것, 해야할 거 같은데 안 해도 되는 것, 필요 없을 거 같은데 꼭 필요한 것을 구분하게 되어서요.



저도 열혈물을 몹시 좋아합니다. 김현식님이 말씀하신 장면 요소들에 저도 종종 힘을 얻습니다.
저는 겁쟁이페달을 유독 좋아해요. 대부분의 열혈물이 그렇지만, 로드바이크 경기라는 특성상 문제 해결 방법이 잔머리 굴릴 게 없고 '더 열심히 페달 밟는다.' 밖에 없어서 특히나 뜨거워 좋습니다^_^)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은 극장에서 한 번 봤었는데, 철부지인 제가 예술애니메이션을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하던 때였어요. 하지만 뭐든 극에 다르면 결국 한 점에서 만난다고… 예술애니메이션이 극에 다다르니 상업애니메이션과 같은 대중성을 띠더라고요. 건방지게도 "(예술애니를 추구하는) 우리 학교 사람들도 이런 걸 해야 해!" 하고 펄쩍펄쩍 뛰었더랬지요.
몇몇 주요장면은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데, 엔딩이 어땠나 잘 기억이 안 나네요. 이참에 한 번 더 봐야겠어요.

저희 교수님께서는 창작자는 결핍이 있어야 재밌는 작품을 만든다며 이런저런 사례를 얘기해주셨었지요.
저도 이야기를 만들면서, 제 결핍이 역으로 창작활동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김현식님도 말을 무서워한다는 단점을 장점으로 살릴 좋은 기회가 생기면 좋겠네요.
서로가 노력해서 꿈을 이룰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