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만에 다시 왔어요!!

작성일 19-02-16 03:15 | 2,613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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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선생님께 손그림으로 오너캐를 그려드렸었는데 넘 대충 그린거 같아 다시 그려드리고 싶어서 새로 그려봤어요!!
많이 바쁘실텐데 유튜브에 영상 꾸준히 올려주셔서 항상 즐겁게 시청하고 있어요!!
sns라도 선생님과 소통할 수 있어서 참 좋은거 같아요^^
선생님 사랑하구 아프지 마시구 힘내세요!! 항상 응원해요!!:3

아 그리고 요즘 그림을 그리는데 인체가 너무 어렵기도 하고 너무 안 그려져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ㅠㅠ
매일 크로키를 하면서 실력을 쌓아볼려고 노력은 하는데 그게 잘 안되네요....ㅠㅠㅠ
예전에는 그림그리는게 마냥 즐거웠는데 점점 눈높이만 높아지고 실력은 제자리고.... 아무리 그림을 그려도 제 마음에 들지가 않아요..ㅠㅠ
혹시 선생님은 그림을 어떻게 배우셨고, 힘들땐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Comments 2

그림 고마워요! 갑자기 컬러풀한 그림이 떠서 깜짝 놀랐어요. 따로 폴더에 고이고이 저장해둘게요^0^)♪
나도 유튜브나 홈페이지를 통해 이렇게 소통할 수 있어 좋아요. 바쁘다 바쁘다 하면서도 온라인 활동을 그만둘 수 없는 이유지요. 자주 글 남겨주어서 고마워요.


맹렴이의 유튜브에서 최근 그림들을 보았어요.
캐릭터 디자인도 좋고, 색도 반짝반짝 예쁘고, 편집도 그림을 더 돋보이게 해주어 보기 좋아요. 맹렴이가 다재다능하다고 느낍니다. 할 줄 아는 분야가 많은 맹렴이에게 필요한 건 '완성했다'의 자기 기준을 높이는 일 아닌가 합니다. 이미 쉽게 그릴 수 있는 요소는 피하고, 그럴듯하게 보이면 만족하는 것에서 벗어나 그리기 힘든 그림을 그리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겠지요.

그림이 취미가 아닌 한 마냥 즐거울 순 없는 거 같아요. 그렇다고 무조건 고통스러워지는 것도 아니고요.
가끔 내가 즐거움과 고통 사이를 거니는 변태 같다고 느끼는데요. 헛헛.

힘든 시기를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은 자신이 그림을 즐기는 이유가 무엇인지, 근본적인 즐거움을 떠올리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그림이 즐거운 이유는 좋아하는 캐릭터를 그리는 게 즐겁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은 다른 사람이 디자인한 캐릭터로 작품을 만들긴 어려워요. 웬만큼 좋아하는 캐릭터가 아니면 고통스럽거든요.

그림도 마음대로 안 그려지고, 이렇다 할 성과도 없이 제자리걸음만 지속되면 그림을 업으로 삼는 것에 회의감이 들기도 합니다. 차라리 그림은 취미로 두고 업은 따로 두는 게 더 행복하진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처구니없지만, 그럴 때 나는 '내 캐릭터가 이렇게 귀여운데 나만 알고 있다니 너무 아깝다. 인류의 손해다. 내가 기깔나게 그려줘야 해' 같은 생각으로 다시 시작할 힘을 얻었습니다^ ^);
어떤 사람은 실력을 인정받는 게 즐거움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이야기하는 자체가 즐거움이기도 합니다. 결국 각자의 높은 완성도를 추구하게 되는 건 같지만 출발점은 다 다르지요.
맹렴이도 자신이 그림 그리는 게 좋은 이유를 생각해보고, 그 즐거운 부분을 놓치지 않길 바라요.


그림공부는 완성을 많이 하라는 뻔한 말밖에 없지만, 그 전에 목표가 뚜렷해야 합니다.
막연한 목표는 재미없고 쉽게 지치고 성취감도 없어요. 잘 그린 그림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 달라요. 맹렴이가 생각하는 잘 그린 그림이 무엇인지 글로 정리해보세요. 어렵다면 맹렴이가 좋아하는 그림들을 나열하고, 왜 그 그림들이 좋은지 분석하는 것도 좋아요. 기준이 세워지면 그 기준을 자신도 충족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내 경우에는 입체적인 그림일수록 잘 그렸다고 느낍니다. 입체적이라고 느끼는 기준은 2D와 3D의 차이를 비교하며 세웠어요. 그래서 머리카락이 두피의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명확하게 선을 긋기 시작했고, 선을 흐리지 않게 되었고, 눈을 하나의 공으로 느껴지도록 볼록하게 그리고, 인체는 뼈와 근육의 조합이 아닌 도형의 조합으로 인식하게 되었어요.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머리카락을 그릴 거야', 'z축이 있는 자세를 그릴 거야', '선을 섬세하게 딸 거야', '색이 삐져나가지 않게 할 거야.', '쫄쫄이를 입고도 우스꽝스럽지 않게 그릴 거야', '마치 물속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할 거야'처럼 달성의 순간이 명확한 목표를 설정해보세요.
앞서 말한 즐거움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나는 어떤 연습이든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로 그리는 게 중요해요. 내가 했던 가장 어리석은 그림공부는 연습이랍시고 아무 옷도 안 입은, 대머리에 점눈을 가진 캐릭터로 걷기 애니메이팅을 한 일이에요.

인체공부 방법론에 국한되어 이야기해 보면, 나도 고등학생 때 크로키도 많이 해보고 인체해부학 책도 사서 따라 그려보기도 해봤지만 크게 도움이 되진 않았어요. 크로키로 얻는 지식이 내 그림에 적용되지 않았거든요. 손이 빨라지게 하는 데에는 도움이 된 것 같은데, 지금 맹렴이에게 필요한 건 빠른 손이 아닌 듯합니다.
인체는 평소 관찰을 많이 하고 마음에 드는 모양새, 느낌을 잘 기억해두거나 그 자리에서 바로 그려내는 게 더 도움이 되었어요. 어떤 그림이든 전신으로 완성하는 것도 도움이 되었네요. 설령 나중에 잘라낼 거라고 해도 밑그림은 전신을 고집했습니다. 그리고 밑그림은 나체를 먼저 그린 다음 그 위에 옷을 입히는 순서를 지금도 고집합니다.
가장 도움이 된 건 애니메이션 제작이었어요. 자연스럽게 움직이기 위해 같은 그림 몇십장을 몇 날 며칠 붙잡고 작업하니까요. 때로는 직접 연기하고 촬영한 영상을 돌려보며 그립니다. 계속 움직여야 하니까 못 그리는 부분을 감추지 못하고 그려질 때까지 붙잡아야 합니다. 캐릭터가 빙글빙글 돌거나 앉았다 일어나기도 하니 평면적인 그림에서 벗어나게 돼요.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움직이는 게 재미있으니까 중간에 그만두지 않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애니메이팅이 그저 고통스러운 육체노동입니다.
맹렴이에게도 자신에게 잘 맞는 공부법이 있을 거예요.


어느 순간에도 만족하지 않고 욕심을 부려야 꾸준히 발전합니다. 자기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건 잘하고 있다는 거예요. 업계에서는 잘 그리는 사람도 재능이 뛰어난 사람도 아닌,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는 사람만이 살아남습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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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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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구체적으로 제 질문에 답해주셔서 정말 놀랐네요 ㅠㅠㅠ
너무 좋은 조언들과 좋은 말씀 정말 감사드립니다.
정말 힘들었는데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정말 중요한 마음가짐을 얻고 가는거 같네요
선생님이 가르쳐주신데로 열심히 실천하고 힘들때마다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을 다시 한번 보고 마음가짐을 바로 잡겠습니다.
선생님께 항상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선생님 항상 힘내시고,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저는 언제나 선생님을 응원해요!!